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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꿈꾸는 ‘초연결 사회’의 두 얼굴, 과연 구글은 사악해지지 않을까
  • 2016-03-11 18:36:54.0
  • 씨온걸







구글이 모두 보는(지배하는) ‘구그롭티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파놉티콘이다.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단어다. 죄수를 감시할 목적으로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1791년 설계한 감옥에서 유래했다. 원 형태의 감옥 중간에 높은 감시탑을 세워 죄수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도록 설계했다. 중앙의 감시탑은 항상 어둡게 만들고, 죄수의 방은 밝게 만들어 중앙의 감시자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모르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죄수들은 항상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나중에 가서는 스스로가 자신을 감시하게 되는 효과를 노린다.

21세기 빅브라더가 된 구글

오늘날 소셜네트워크(SNS) 중심의 온라인 공간도 파놉티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개인의 정보를 누가 언제라도 열람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간다. 개개인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을 ‘빅브라더’에 비유하기도 한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절대 권력이다. 구글이 모든 정보를 소유하는 시대에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구그롭티콘이라는 단어에서 ‘디스토피아’가 먼저 연상되는 이유다.

구글은 빅데이터·드론·인공지능·사물인터넷과 같은 IT 신기술 전 분야에 폭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미 구글은 검색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 하겠다’고 공언했다.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80%에 탑재됐다. e메일(Gmail)·유튜브·구글맵과 같은 사용자 대상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모든 사업의 핵심은 빅데이터다. 과거에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말한다. 구글은 서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사람들에게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계획처럼 정보를 연결하는 행위를 ‘앵커링(Anchoring)’이라고 한다. 이질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한 사람을 파악하는 일, 또는 특정 정보를 연결해 개인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이 IT 전 분야에 영역을 넓혀가게 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쌓게 되고 이는 쉽게 앵커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앵커링의 결과물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중요한 정보를 주겠지만, 언제든 파놉티콘의 죄수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갖게 한다.

여론은 전자의 기대보다는 후자의 불안감이 더 큰 듯하다. 최근 유럽연합(EU)은 구글·페이스북 등 대형 인터넷 기업의 빅데이터 수집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은 “대형 인터넷 기업의 정보 수집에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기업에 넘기고 있으며, 이것이 시장의 공정 경쟁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보보호 규제기관인 CNIL은 이용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이용 행태 정보를 수집한 페이스북 활동을 시정토록 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에는 30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좋아요’나 ‘공유’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용자의 행동 정보가 자동으로 수집되고 모인 정보를 광고주와 공유하는 데 제동을 건 것이다. 전 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영국 언론사 가디언에 “미국과 영국의 안보국이 전 세계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 정보를 사찰했다”며 폭로했다.

‘잊힐 권리’에 대한 논쟁도 한창이다. 인터넷에 검색되는 개인의 정보를 해당 인터넷 기업에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올 상반기를 목표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인터넷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04년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상대로 페이스북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며,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이용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회사 강령에 도덕성과 관련한 문항을 넣어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회사로서 이해관계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면서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구글은 과거에도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호를 내세워 정직한 기업임을 주장한 적이 있다.

온라인의 공간에는 일방적인 감시를 당하는 파놉티콘만 있는 게 아니다. 반대되는 개념(역감시)으로 시놉티콘이라는 단어도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구글만 일방적으로 소유하는 게 아니다. 다수의 이용자들은 유통되는 정보를 통해 정치인·기업인 등의 권력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도 한다. 구그롭티콘의 시대가 디스토피아를 뜻하는 ‘파놉티콘’이 될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시놉티콘’의 개념이 될지는 미지수다.

구글·페이스북 정보 수집에 EU가 제동

에드워드 스노든은 “현대사회에서 프라이버시는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과거의 프라이버시 개념이 희석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이 꿈꾸는 미래는 ‘초연결 사회’다. 모든 서비스와 기기를 하나로 엮어서 인류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이는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구글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는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유용한 가치를 지닌다. 동시에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사회 발전이라는 상반된 관점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 안병익 씨온 대표


중앙시사매거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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